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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180억 흑자-아시아나 적자 폭 감소 전망
허리띠 쥐어짜 만든 흑자… "불황형 어닝 서프라이즈"란 평가도

코로나 사태로 항공 여객 수가 전년보다 97% 이상 감소한 와중에도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은 화물 수송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둬 2분기(4~6월) 어닝 서프라이즈(예상치를 웃도는 현상)를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21일 증권가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분기 약 1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 사태로 여객 매출의 94%를 차지하는 국제선 운항률이 10%대로 떨어지면서 지난 1분기 566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단기간에 실적이 크게 회복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 약 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적자는 지속되지만 지난 1분기 20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비해 적자 폭이 대폭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깜짝 실적’은 여객기가 뜨지 않으면서 화물수송 수요가 늘어나 운임이 전년 대비 80%가량 급등한 반면 유가는 40% 이상 낮아진 덕분이다. 코로나 사태 전 여객기 화물수송은 전체 화물기 용량의 40%를 차지했는데, 3월 이후 여객기가 멈춰서면서 화물 운임은 상승세를 보였다. 여기에 인건비와 유류비 등 영업 비용이 감소해 실적을 회복하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분기와 비교할 때 화물수송량은 큰 차이가 없으나 높아진 화물단가와 저유가 등이 변수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 지난달 7일 인천국제공항 화물청사에서 화물기들에 짐을 싣고 나르는 모습. /장련성 기자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연내 여객 수요 회복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동시에 화물 공급 부족 현상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비용절감 노력도 2분기 실적부터 가시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여객 부문은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겠지만 화물 부문은 사상 최대 매출액이 예상된다"며 "항공유가는 극단적으로 낮아져 있어 화물 부문에서 여객 공백을 만회하고도 남았다"고 했다.

하지만 화물은 단기 대처에 불과할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항공업이 살아나려면 여객 수요가 회복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화물 실적 호재는 일회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운항을 중단했던 여객 노선들이 점차 운항을 재개하고 있어 화물 운임 지수는 더 이상 고점을 찍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실제 홍콩에서 발표하는 화물 운임 지수(TAC Index)는 지난 5~6월까지만 해도 kg당 약 6~8.5달러(약 7200~10000원)에 달했으나 여객 운항 노선이 늘어난 이달에는 kg당 3~4.5달러(약 3500~540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도 "여객이 살아나지 않는 이상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했다고 해도 큰 의미는 부여하기 어렵다"면서 "무역이 대폭 줄어들면 불황형 흑자가 나타나듯이 이번 대한항공 흑자는 ‘불황형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날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여객기 운항률이 각각 25%와 18%에 불과해 당분간은 화물 특수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일부 여객기의 좌석을 완전히 뜯어내고 화물기로 전용(轉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비상경영체제를 이어가며 임원 월급 반납과 전 직원 유·무급 휴직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비용 절감을 위해 유럽과 동남아지역 해외본부를 최근 폐쇄했다.

대형항공사들은 화물 수송으로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여객 수요에 의존해온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LCC들은 당초 7월부터 국제선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확산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아 계획을 선회했다. 출혈 경쟁을 벌이며 국내선 확장에 몰두한 LCC들은 2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LCC 관계자는 "항공사마다 국내선 운항 편수를 대폭 늘리고 있지만 기본 운임이 낮은 데다 탑승률이 50%에 못 미치는 항공편도 많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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